유명한 심리학 문제가 하나 있다. "어떤 병의 유병률은 1,000명 중 1명이다. 검사의 정확도는 95%다. 양성 판정을 받았다. 실제 환자일 확률은?" 대부분 95%라고 답한다. 정답은 약 2%다. 왜 이렇게 직관과 정답이 갈리는지, 그리고 이 착각이 투자 판단에 어떻게 똑같이 작동하는지가 이 글의 주제다.
미리 알아둘 용어
- 기저율 (Base Rate): 어떤 사건의 역사적 평균 발생 빈도. 예: "임상 3상 → FDA 승인 58%".
- 기저율 무시 (Base Rate Neglect): 개별 사례의 표면적 특징에 끌려 통계적 기저율을 무시하는 인지 편향. Kahneman·Tversky (1973).
- 베이즈 정리 (Bayes' Theorem): 사전확률(기저율)과 새 증거를 결합해 사후확률을 계산하는 공식. P(A|B) = P(B|A) × P(A) / P(B).
- 대표성 휴리스틱 (Representativeness): "이 사례가 성공 사례와 얼마나 닮았는가"로 확률을 추정하는 직관적 단순화.
- 가용성 휴리스틱 (Availability): "이런 사례가 얼마나 쉽게 떠오르는가"로 빈도를 추정하는 직관.
- 위양성 (False Positive): 실제로는 음성인데 검사가 양성으로 잘못 판정하는 경우.
- CAGR (Compound Annual Growth Rate): 연평균 복리수익률. 5년간 2배 = CAGR ≈ 14.9%.
- PER (Price-to-Earnings Ratio): 주가 ÷ 주당순이익. 시장이 미래 성장을 얼마나 가격에 반영했는지의 지표.
- 블록버스터 (Blockbuster): 연매출 10억 달러($1B+)를 넘는 신약. 바이오 업계의 성공 기준.
- SPIVA: S&P Dow Jones Indices의 S&P Indices Versus Active 보고서. 액티브 펀드 vs 인덱스 수익률 비교.
- Mauboussin (모부신): Michael Mauboussin. Morgan Stanley 전략가, The Base Rate Book (2016) 저자. 기저율 투자 분야 대표 학자.
95%가 2%가 되는 이유
1,000명을 검사해 보자.
- 실제 환자 1명 → 양성 판정 (참양성)
- 건강한 999명 중 5% = 50명 → 위양성
- 양성 판정을 받은 총 51명 중 실제 환자는 1명 = 1/51 ≈ 2%
검사가 95% 정확하다고 해서 양성자가 95% 확률로 환자인 게 아니다. 유병률(기저율 0.1%)이 너무 낮기 때문에 위양성이 실제 양성을 압도한다. 검사의 정확도가 아무리 높아도 기저율이 낮으면 양성 판정의 의미는 약해진다.
이것이 기저율 무시(base rate neglect) 현상이다. Kahneman과 Tversky가 1973년 논문 On the Psychology of Prediction 에서 체계화한 인지 편향이다.
왜 이런 착각이 생기는가
사람은 확률을 계산할 때 기저율 대신 두 가지 직관적 단서에 의존한다.
- 대표성 휴리스틱(representativeness): "이 사례가 성공 사례와 얼마나 비슷해 보이는가"
-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이런 사례를 얼마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가"
투자에서는 이렇게 나타난다.
- "이 바이오 회사, 모더나처럼 될 수 있어" → 대표성
- "최근 XX도 임상 성공으로 5배 갔잖아" → 가용성
두 경우 모두 그 범주 전체의 성공/실패 빈도는 확인하지 않는다. 그런데 투자의 기대수익을 결정하는 건 바로 그 범주 기저율이다.
투자 범주별 기저율
바이오 주식 — 꿈의 확률
"임상 3상 성공! FDA 승인 임박!" 이 서사는 강렬하다. 그러나 실제 통계는 이렇다.
- 임상 3상 진입 → FDA 최종 승인: ~58% (BIO/Informa, 2011~2020)
- FDA 승인 → 블록버스터(연매출 $1B+) 달성: ~20% (Evaluate Pharma)
- 종합: 3상 진입 → 블록버스터 ≈ 12% (0.58 × 0.20, 역사적 평균 기준으로는 6%까지 내려간다)
3상 진입 약의 42%는 결국 실패하고, 승인까지 받아도 블록버스터가 될 확률은 5개 중 1개다. "3상 성공했으니 거의 확실하잖아"는 현실의 기저율과 거리가 먼 진술이다.
성장주 — 영원한 고성장의 환상
"이 회사 매출이 3년 연속 50% 성장했다. 5년 뒤에는…" 연결의 속도로 보이지만, 같은 속도의 장기 지속은 통계적으로 극히 드물다. Mauboussin(모건스탠리, 50,000개 기업 분석):
- 5년 CAGR 30% 이상 유지: 전체의 ~1% (502/50,000)
- 10년 유지: 0.6% 미만
- 1990년 순이익 상위 200개 중 이후 10년간 연 15%+ 성장 유지: 9% 미만
현재 PER 50을 정당화하려면 그 회사가 이 1% 안에 들어간다고 베팅하는 셈이다. 가능은 하다. 그러나 기대값 계산의 출발점은 기저율이다.
IPO — 화려한 데뷔, 초라한 이후
"최초 상장, 성장 잠재력, 기관 물량 대기!" IPO 서사 역시 강렬하지만 Jay Ritter(University of Florida)의 수십 년 연구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 IPO 후 3년 내 시장(벤치마크) 초과 수익: ~30%
- 당일 공모가 대비 팝: 평균 +15~20%
- 상장 후 3년 수익률: 매칭 기업 대비 유의미하게 언더퍼폼
IPO는 기업이 자금을 필요로 할 때 하는 것이지, 투자자에게 좋은 딜을 주려고 하는 게 아니다.
애널리스트 목표가 — 전문가의 기저율
"애널리스트 목표가가 40% 위로 제시됐다!"
- 12개월 목표가 달성률: ~30~50%
- 방향(상승/하락) 예측 정확도: ~54% — 거의 동전 던지기
- 평균 목표가 괴리: 실제 가격 대비 +9.4% 상향 편향 (낙관 편향)
전문가 숫자도 기저율 없이 보면 과신하기 쉽다는 점에서 일반 투자자와 다르지 않다.
3단계 기저율 체크 프레임워크
투자 아이디어가 생겼을 때 기저율을 다루는 순서는 간단하다.
Step 1. 범주를 정의한다
"이건 어떤 종류의 투자인가?"
- 바이오 신약, IPO, 턴어라운드, 성장주, 배당주, 가치주 — 범주에 따라 기저율이 완전히 다르다
- 구체적 범주로 좁힐수록 기저율도 의미가 있다
Step 2. 기저율을 찾는다
"이 범주의 역사적 성공률은 몇 %인가?"
- 학술 연구, SPIVA, 산업 데이터
- 없으면 가장 유사한 범주의 기저율이라도 참고
- 숫자를 못 찾으면 "데이터 없음"이 답이지, "성공률이 높을 것"이 답이 되면 안 된다
Step 3. "이 사례가 기저율을 이길 이유"를 입증한다
- 기저율을 넘는 차별점이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해야 한다
- "경영진이 유능하다", "기술이 혁신적이다" 같은 서사는 불충분
- "FDA 자문위원회 15:2 찬성", "최근 2분기 연속 흑자 전환" 같은 구체적 팩트가 기저율 보정 근거가 된다
기저율 레퍼런스 카드
| 범주 | 기저율 (성공 확률) | 출처 |
|---|---|---|
| 바이오 3상 → 블록버스터 | ~6~12% | BIO, Evaluate |
| 고성장 5년 유지 (30%+) | ~1% | Mauboussin |
| IPO 3년 내 시장 초과 | ~30% | Ritter |
| 적자 → 3년 내 흑자 | ~25% (추정) | 업종별 차이 큼 |
| 액티브 펀드 15년 시장 초과 | ~10% | SPIVA |
| 애널리스트 목표가 달성 | ~30~50% | 다수 연구 |
정리 — 흥분하기 전에 기저율부터
"바이오 3상 성공?" 기저율 12%. "5년 연속 고성장?" 기저율 1%. 이 숫자를 알고도 투자하는 것과 모르고 투자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알면 베팅 크기와 기대값이 바뀌고, 모르면 스토리에 끌려간다.
Kahneman이 평생에 걸쳐 증명한 명제 — 인간의 뇌는 스토리에 약하고 숫자에 둔하다 — 를 투자에 적용하는 가장 간단한 도구가 기저율 체크다. 매수 버튼을 누르기 전 단 하나의 질문이면 된다.
"이 범주의 성공 확률은 몇 %인가? 이 사례가 그 평균을 넘을 구체적 이유는 무엇인가?"
참고 문헌
- Kahneman, D., Tversky, A. (1973). "On the Psychology of Prediction." Psychological Review.
- BIO/Informa. (2021). Clinical Development Success Rates 2011~2020.
- Mauboussin, M. (2016). "The Base Rate Book." Morgan Stanley / Credit Suisse.
- Ritter, J. R. "IPO Statistics." University of Florida (다년도).
- SPIVA U.S. Year-End 2024 Scorecard.
❓ 자주 묻는 질문
기저율(base rate)이 정확히 뭔가요?
어떤 사건이 발생하는 역사적 평균 빈도입니다. 예를 들어 "임상 3상에 진입한 신약이 FDA 승인까지 받는 비율 58%"가 기저율입니다. 개별 사례의 성공 확률을 판단할 때 가장 먼저 봐야 할 숫자입니다.
95% 정확한 검사가 왜 양성 결과 신뢰도가 2%밖에 안 되나요?
유병률(기저율)이 너무 낮기 때문입니다. 1,000명 중 환자 1명, 건강한 999명 중 5%(50명) 위양성이 발생하면 양성 51명 중 진짜 환자는 1명 = 2%. 검사 정확도가 아무리 높아도 기저율이 낮으면 양성의 의미가 약해집니다.
바이오 신약 투자는 정말 위험한가요?
임상 3상 진입 → FDA 승인 58%, 승인 → 블록버스터(연 매출 $1B+) 20%로 종합 기저율 약 12%. 단순 화폐로는 낮지만, 성공 시 10~50배 보상이라 켈리 기준으로 소액 분산은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5년 연속 30% 성장하는 성장주에 투자하면 어떨까요?
Mauboussin(50,000개 기업 분석) 기준 5년 CAGR 30%+ 유지는 전체의 약 1%, 10년 유지는 0.6% 미만입니다. 현재 PER이 50배인 성장주는 그 1%에 들어간다는 베팅인데, 기저율을 알고 베팅해야 합니다.
IPO는 성장 잠재력이 크니까 좋은 투자 아닌가요?
Jay Ritter(University of Florida) 연구에 따르면 IPO 후 3년 내 시장 초과수익은 약 30%에 그칩니다. IPO는 기업이 자금을 필요로 할 때 하는 것이지 투자자에게 좋은 딜을 주려는 게 아닙니다.
애널리스트 목표가는 믿어도 되나요?
12개월 목표가 달성률은 30~50%, 방향 예측 정확도는 약 54%(거의 동전 던지기). 평균 +9.4% 상향 편향(낙관 편향)이 있어 그대로 믿기보다 참고 정도가 합리적입니다.